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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 공부법

시험지에서 다섯 문제는 그냥 넘기세요

시험지에서 다섯 문제는 그냥 넘기세요 표지

예전의 저는 실전에서 잘 안 풀리는 문제가 나와도 넘기질 못했습니다. 계속 보면 어떻게든 답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그 한 문제를 붙잡고 앉아서, 안 보이는 실마리를 억지로 찾아내려고 같은 조건만 몇 번이고 다시 읽곤 했습니다.

그렇게 붙잡고 있으면 어떻게 되는지 아세요? 어느 순간부터 머리가 아파옵니다.

그리고 조금 더 지나면, 문제를 보고 있는 게 아니라 그냥 멍하니 앉아 있게 됩니다. 눈은 시험지에 있는데 머릿속에서는 시험과 관련된 생각을 하고 있지 않습니다.

‘지금 몇 시간 남았지?’ ‘이번 시험 망했다.’ 와 같은 생각만 마구잡이로 올라옵니다.

이 상태까지 가면 그 날의 시험은 거기서 끝입니다. 그 뒤에 남은 문제들은 이미 고갈된 체력과 엉망인 내면으로 푸는 것이 되어버리니까요. 만년 3등급이던 시절 저는 보통 이 이유로 인해 시험 전체 운영이 망가지곤 했습니다.

재수를 시작하면서 현역 시절의 태도에 대해 끊임없이 성찰했고, 그 결과 한 문제에 계속 매달릴수록 오히려 더 못 풀게 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 사실을 안 이후로는 계속 붙잡고 싶은 마음을 외면하고, 모르겠다 싶으면 그냥 별표치고 넘기는 연습을 하고자 했습니다.

이 연습을 처음 시작할 때에는 지금 당장 답이 안 보이는데 조금 틈을 두고 다시 돌아온다고 해서 답이 보일까 하는 의심이 슬금슬금 올라왔습니다. 아마 여러분도 그런 생각을 가지고 계실 지 모릅니다.

특히 현장에서 안 풀리는 문제를 직면할 때 그것을 넘기는 용기를 가지기가 어렵습니다. ‘지금 푸나 1분 뒤에 푸나 뭐가 다를까?’ 하는 생각이 올라오지요.

그런데 그 생각과 지금 당장 맞히고 싶다는 욕심을 억누르고 다른 문제를 몇 개 풀고 돌아오면, 신기하게도 처음에는 안 보였던 것들이 보이고, 생각치도 못한 길이 열리면서 답이 보입니다. 한두 번 그런 게 아니라 매번 그랬습니다.

왜 이런 차이가 있는지, 고작 그 1분 동안 머릿속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를 같이 과학적으로 뜯어봅시다.

문제를 풀다가 막힌다는 건 이미 문제 해석이나 선지 해석, 풀이 방향이 잘못된 길로 틀어졌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상태로 계속 들여다보면 어떻게 될까요? 안 보이던 길이 새로 생기는 게 아니라, 이미 보고 있던 그 길 하나만 더 선명해집니다. 같은 자리를 계속 밟아서 홈을 파는 셈이지요.

*붙잡고 있는 1분은 문제를 푸는 시간이 아니라 좁아진 시야를 더 단단하게 굳히는 시간입니다.*

반대로 넘기고 다른 문제를 풀면 두 가지가 생깁니다.

하나는 머리가 한 템포 식으면서 좁아졌던 시야가 다시 트입니다. 한 문제에 막혀 당황하고 조급해지면, 마음이 긴장해 바로 눈앞에 있는 명백한 힌트조차 놓치기 쉽습니다.

이때 억지로 매달리지 않고 잠시 다른 곳으로 주의를 돌리면, 얽혀있던 잘못된 풀이 과정이 머릿속에서 초기화되면서 새롭고 차분한 눈으로 문제를 다시 바라볼 수 있는 여유가 생깁니다.

다른 하나는, 그사이에 푼 문제들을 통해 굳어 있던 뇌가 충분히 워밍업을 마친다는 것입니다.

다른 문제들을 수월하게 풀어내다 보면 “아, 이런 조건은 보통 이렇게 건드리지” 하는 문제 풀이의 리듬과 감각이 자연스럽게 살아납니다.

즉, 정답을 맞히며 얻은 자신감과 유연해진 사고력을 그대로 달고 원래 문제로 돌아오게 되는 것이죠. 그래서 다시 봤을 때는 같은 문제인데도 이전에 갇혀 있던 틀에서 벗어나 전혀 다른 각도에서 읽히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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