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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을 위한 글쓰기는 존재 회복의 한 조각입니다

나만을 위한 글쓰기는 존재 회복의 한 조각입니다 표지

누군가에게 나만을 위한 글을 한번 써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왜?’였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그 반응 자체가 답이었습니다. 저는 글을 쓸 때 언제나 읽을 사람을 먼저 떠올리는 사람이 되어 있었던 겁니다. 그러니 읽을 사람이 없는 글을 쓰라는 말이 낯설 수밖에요. 그건 저에게 목적 없는 노동처럼 들렸습니다.

오랫동안 저는 보여주기 위해 썼습니다. 칼럼도 영상도 블로그도 전부 누군가 읽을 것을 전제로 만들어진 글이었지요. 그래서 문장을 쓰기 전에 늘 '이게 잘 읽힐까.’ 라는 생각이 지나가곤 했습니다.

그렇게 쓰다 보면 순서가 조금씩 뒤집힙니다. 진짜 마음보다 잘 써야 한다는 마음이 앞에 오고, 진짜 감정보다 울림 있는 문장을 만들어야 한다는 압박이 먼저 옵니다.

있었던 일보다 이야기가 되는 일을 고르게 되고요.

그러다 보면 결국 이렇게 됩니다. **남에게 보이기 위한 글은 필연적으로 나를 포장하게 만들지요.

그럴듯한 문장 뒤에 찌질하고 못난 진짜 내 모습을 자꾸 숨기다 보면, 결국 '실재하는 나의 존재'는 희미해지다 못해 소멸해 버리고 맙니다.**

무언가를 느끼고 있는데, 그걸 느끼는 동시에 ’이건 글로 쓰면 어떻게 될까’를 생각하고 있는 겁니다. 감정과 저 사이에 편집자가 한 명 끼어 앉아 있는 셈이지요.

그 편집자는 유능하지만, 그가 앉아 있는 한 저는 제 감정을 직접 만질 수가 없습니다.

여기까지는 저도 어렴풋이 알고 있었습니다.

제 기록을 쭉 훑어보다, 기록이 남아 있는 날들은 전부 남에게 무언가 할 말이 있던 날이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는

마음이 내려앉았습니다.

무너진 날은 기록이 없었습니다. 하루 종일 누워만 있던 날, 방이 엉망인 채로 아무것도 하지 않은 날, 밤새 자책하다가 잠들지 못한 날…그런 날들은 기록이 통째로 비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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