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 공부법
문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상태를 견뎌야 합니다
저는 한 문장을 이해하지 못하면 다음 문장으로 넘어가지 못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이해 없이 휙휙 넘기던 시절, 생각 없이 읽는 게 3등급의 원인이라는 걸 깨달은 이후 점차 한 문장 이해해야만 넘긴다는 강박이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지문을 읽다가 이해되지 않는 문장이 나오면 다음으로 넘어가지 않고 그 자리에서 몇 분씩 붙잡고 있었습니다. 그냥 넘기면 게으르고 제대로 된 공부를 안 하는 것이라 치부했지요.
그런 식으로 지문을 읽다 보면 어떻게 될까요? 글을 문장 단위로 뚝 뚝 끊어 읽게 됩니다.
앞부분은 아주 꼼꼼하게 이해했는데, 정작 지문 전체를 읽을 시간은 부족해집니다. 저도 그렇게 읽으면서 한동안은 제가 독해를 못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앞부분을 이해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한참 뒤에야 글은 앞에서 모든 내용을 설명한 다음 다음 내용으로 넘어가는 방식으로 쓰이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특히 시험 지문은 더 그렇습니다.
지문의 구조를 한번 생각해봅시다. 앞에서는 추상적인 개념이나 정의를 제시하고, 그 개념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구체적인 예시는 뒤에서 설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떤 원칙을 먼저 제시한 뒤에 그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 조건을 뒷부분에서 설명하기도 합니다. 처음에는 하나의 입장을 제시하고, 그 입장의 의미를 더 분명하게 만들어주는 반박이나 다른 관점이 뒤에서 등장하기도 합니다.
이런 지문에서는 앞부분만 읽었을 때 모든 내용이 명확하게 이해되지 않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그 문장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정보가 아직 나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앞에서 안 읽히는 건 실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아직 필요한 재료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 사실을 모르고 있으면 우리는 아직 필요한 정보가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어떻게든 문장을 이해하려고 계속 생각하게 됩니다. 당연히 잘 풀리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면 ‘내가 독해력이 부족한가 보다’라고 생각하게 되고, 그 생각 때문에 불안해지면서 뒤에 있는 지문까지 제대로 읽지 못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이해되지 않는 문장을 그냥 두고 넘어가기가 어려울까요? 저는 그 이유가 크게 세 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첫째는 성향입니다. 저처럼 모호한 상태를 불편해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머릿속에 정리되지 않은 내용이 남아 있으면 계속 신경이 쓰이고, 가능하면 그 자리에서 해결하고 넘어가려고 합니다. 이런 성향이 독해에서는 ‘모든 문장을 완벽하게 이해한 뒤에 다음으로 넘어가야 한다’는 방식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둘째는 습관입니다. 우리는 공부하면서 ‘앞에서 이해하지 못하면 뒤에서 헤매게 된다’는 말을 많이 들어왔습니다.
이 말에는 어느 정도 맞는 부분이 있습니다. 앞의 내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채 뒤의 내용을 읽으면 당연히 어려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중요한 차이가 있습니다. 앞에서 이해하지 못한 것 자체가 문제라기보다, 이해되지 않는 부분을 붙잡고 있다가 뒤의 내용을 읽을 기회를 잃는 것이 더 큰 문제입니다.
셋째는 불안입니다. 이해되지 않는 문장을 만났을 때 ‘여기서 놓치면 뒤의 내용도 전부 이해하지 못하는 것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면 쉽게 다음으로 넘어갈 수 없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지문을 끝까지 읽지 못하게 만들었던 것은 이해하지 못한 문장 자체가 아니었습니다. 그 문장을 이해하려고 계속 붙잡고 있었던 시간이 문제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읽는 방법을 바꿨습니다. 이해되지 않는 문장을 만나면 바로 해결하려고 하지 않고, 일단 표시해둔 다음 뒤의 내용을 읽었습니다. 그리고 지문을 끝까지 읽은 뒤 다시 그 문장으로 돌아왔습니다.
처음에는 물음표 하나를 치고 넘어가는 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그 문장을 이해하지 않은 채 넘어가면 중요한 내용을 놓치는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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